뒤라스가 펼쳐 보이는 프랑스판 ‘부부의 세계’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은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이야기 서술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실험해 본 기간에
집필한 소설이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 중에서 전통소설과 가장 가까이 닿아있다.
소설의 중심인물은 소진된 사랑의 공허를 마주한 부부와 그들 앞에 나타난 낯선 남자다.
이 소설은 독자가 기대어 따라갈 수 있는 줄거리가 있고 중심 화자가 있으며 대화는 이야기를 진전시킬 뿐만
아니라 통찰력과 유머가 넘쳐난다.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은 인격의 와해를 겪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다.
즉 쉽게 읽힌다.
하지만 뒤라스는 뒤라스다. 자식의 죽음이나 외도와 같은 극적인 딜레마를 다루면서도 소설의 정서적 온도는
고조되는 일 없이 나른하다. 강렬한 심리적 위기의 순간에도 인물들은 머뭇거리고,
잠시 사이를 두고, 침묵하기 일쑤다. 소설에서 그들이 가장 빈번하게 하는 행위는 ‘바라보는’ 것이다.
또한 이 소설은 뒤라스가 상투적인 언어의 거부로서 실체 없는 모호한 대화와 침묵으로 자신의 세계를
고정하기 이전에 침묵의 경계를, 즉 우리는 서로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를 모색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