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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소란(개정판)
13,000원
박연준
난다
124*188mm, 224p
3月14日2020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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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소심한 PICK!
봄이 오는 소리에 몸과 마음이 깨어나 소란스럽습니다. 내 자신보다 나의 감각이 계절을 먼저 눈치채고 봄을 보라고 등 떠밀지요. 이런 4월의 봄을 맞이하는 내 한 손에 꼭 들어야 할 책으로 <소란>을 추천합니다. 소란에 등장하는 각각의 단어들은 박연준이라는 시인을 만나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하고, 기름지며, 들썩이는 생명을 부여받습니다. 이 시작되는 소란에 기꺼이 나를 맡겨보시기를! (마스터J)



살아가는 일은 언제나 ‘소란’스럽다. 잃고 잊는 일로 늘 소란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잃는 줄도 잊는 줄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사라지는 일’이란 대부분 볼륨이 낮아서, 그 작은 소란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지금을 잘 살아내기 위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린다. 그렇다면 우리가 잃고 잊은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흔적도 없이 영영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것일까. 꼬리를 잡을 수 없을 만큼 이미 멀리 도망쳐버린 것일까.

시인 박연준은 ‘발견’하는 사람이다. 2004년 등단하고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과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두 권의 시집을 냈던 그녀는, 시인 특유의 호기심과 시야각으로 세상을 보고, 오래 관찰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살금살금 그것들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것들은 유년에 가 닿는다. 이미 지나온 것들, 넓은 의미의 ‘어제’다.
박연준은 산문집 『소란』을 통해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유년의 한 시절, 이미 사라져버린 어제를 적나라하게 끄집어낸다. 끄집어내서는, 아주 오래전 처음 언어를 습득했던 그 시절처럼 말하기 시작한다. 껍데기 없이! 거짓 없이! 부끄러움 없이!
“이제 아무도 내 것을 ‘잠지’라고 부르지 않는다.” “모두 다는 아니지만 존재하는 다양한 것들에겐 꼭지가 있다.” “꽃과 달리 우리의 얼굴은 ‘오래된 얼굴’이다.” “누군가 죽었다는 것은 그를 부를 ‘호칭’ 하나가 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 그녀가 발견한 것들을 하나씩 마주하노라면, 읽는 이의 마음도 다시금 소란해진다. 이를테면 자신에게도 그런 ‘순간’과 ‘언어’들이 있었음을 발견하는 것.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려서 잊어버려서, 잃고 잊은 줄조차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는 것.


“앞은 부끄럽습니다. 등을 보고 있을 때가 좋습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처음처럼 선보이는 시인 박연준의 첫 산문!

시인 박연준의 첫 산문 『소란』이 새 옷으로 갈아입고 처음처럼 선보이게 되었네요. 2014년 출판사 북노마드를 통해 출간된 이후 독자 여러분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흰 두부처럼 깨끗하고도 맑은 책이었기도 하지요. 새 버전의 『소란』을 출간하게 된 출판사 난다에서는 전작으로 시인과 시인의 남편인 장석주 시인이 함께 펴낸 산문 두 권을 상재한 바 있지요. ‘사랑’과 ‘책’을 주 테마로 한『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2015)와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2017)가 그것인데요, 흘러버린 시간 속에 둘의 글 그림자를 좇아보니 『소란』 속에 이 두 권의 밑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다 싶은 거예요.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둘의 앞머리에 반드시 이 책이 놓여야 한다는 절박하면서도 간절한 마음을 먹은 것이요. 그리고 긴 준비 끝에 오늘에서야 이 책을 손에 쥐게 되었다는 거, 2020년 새 버전의 『소란』은 이렇게요!

『소란』의 제목은 두 가지 뜻을 품고 있지요. “시끄럽고 어수선함”의 소란(騷亂)과 “암탉이 알 낳을 자리를 바로 찾아들도록 둥지에 넣어두는 달걀. 밑알이라고도” 하는 그 소란(巢卵)요. 개정판을 펴내면서 시인이 보내온 새 서문 가운데 ‘어림’이라는 말에 동그라미부터 크게 그려보았어요. 어른이 되는 과정 속에 우리는 누구나 그 어림을 경험하지요. 어림은 웬만해서는 고요와 침묵일 수가 없고, 어림은 당연히 시끄럽고도 어수선함을 담보로 하지요. 그 어림의 요동이 있어야 그 기억을 토대로 ‘찾아듦’이 깃들지요. 어쩌면 당연하게도 『소란』은 청춘의 심벌과도 같은 말이 아닐까 해요. 청춘이니까 갖게 되는 실연의 일기장이자 실패의 사진첩은 비단 박연준 시인만의 특별한 소유물은 아닐 거라서 그간 많이들 제 품에서 저만의 것으로 품어주셨던 것은 아닐까, 책을 다시 만들면서 문장의 매무새를 만지면서 짐작하고 확신하는 과정을 반복하게도 되었다지요.

『소란』은 ‘어림’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어림’에는 여림, 맑음, 유치, 투명, 슬픔, 위험, 열렬, 치졸, 두려움, 그리고 맹목의 사랑 따위가 쉽게 들러붙죠.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비껴 앉게 되는 것, 피하거나 못 본 척하거나 떨어뜨려두려고 하는 것들이요. 진짜 삶은 ‘어림’이 깃든 시절에 있는 줄도 모르고, 우리는 어림에서 멀어집니다.
-개정판 서문에서